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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직관노트 #59. 하늘색 경기장 사이로 비쳤던 형광초록색 레이저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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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14시 DGB대구은행파크

대구 0 : 2 전북

 

 육지로 돌아와서도 축구는 못 참지! 아직 37R는 끝나지 않았고 오늘은 대팍으로 향했다. 대구의 리그 홈 마지막 경기. FA컵에 더 집중을 해야하는 대구의 상대는 지난 경기 수원FC에게 일격을 당하고 우승을 위해서 꼭 승점 3점이 필요한 전북이었다.

 

저 뒤에 보이는 전주에서 받아온 부채가 포인트

 대구는 이미지 상으로는 3-4-1-2 포메이션이었지만 사실상 3-5-2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백3에는 조진우가 아닌 박병현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장성원을 대신해 FA컵 부터 우측 풀백으로 나오고 있는 김재우, 중원은 퇴장 징계에서 돌아온 이진용이 다시 이름을 올렸고 이근호가 최전방 자원으로 이미지 상에는 올라왔지만 세징야와 번갈아가며 좌측 메짤라 자리에 위치했다.

 

 전북은 지난 경기 패배 했을 때 사용했던 선수들이 아닌 동해안 더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선수들을 위주로 한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다시 선발로 이름을 올린 류재문이 홀딩미드필더, 그리고 쿠니모토와 백승호가 좌,우 메짤라로 나왔다. 왼쪽 윙 포워드에는 송민규가 아닌 이성윤이 먼저 이름을 올렸지만 8분 만에 송민규와 교체되었다.

 

오늘 하늘은 예뻤다
오늘도 역시나 그 자리

 

 

 역시 경기는 전북이 주도했다. 시작부터 세트피스 기회를 노리고 있던 전북은 코너킥을 몇 차례 만들어냈고 쿠니모토는 니어포스트 쪽 크로스를 많이 시도해 득점을 노렸다. 대구는 계속해서 본인의 스타일로 웅크리며 역습 한 방을 노리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찬스는 전북에게 상당히 많이 있었지만 오늘 만큼은 최영은이 좋은 선방을 많이 보여주며 실점을 막았다. 구스타보와 송민규의 빅찬스미스도 있었지만.

 

 대구도 기회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 초반 프리킥 상황에서 파포스트에 있던 김진혁의 슈팅은 송범근의 선방에 막혔고 이 밖에도 특유의 역습 패턴으로 공격을 만들어나갔지만 세징야와 라마스의 아쉽게 빗나가는 슈팅도 있었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종료가 되었다. 아마 더 아쉬운 쪽은 마음이 급한 전북일 것이다.

 

 

프리킥 상황에서 아쉬웠던 김진혁의 슈팅

뭔가 빽빽하게 저기 한 곳에 앉아있는 광경을 보니 보기가 좋았달까
전반전 세트피스 상황이 많아지다 보니 충돌도 꽤나 많았다
 후반전이 시작하기 직전 전북의 관중석에서 환호가 들려온다. 무슨 영문인지 싶어 동 시간에 열리고 있는 수원과 울산의 경기를 틀었는데 이동경의 PK를 노동건이 선방 해내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건 못 참지.

 

 후반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전북의 선제골이 최영은의 놀라운 선방으로 전북이 만들어 낸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다. 짧게 간 공이 오묘하게 송민규를 맞고 홍정호의 발로 갔다. 이 공을 환상적인 발리로 넣어버리는 홍정호였다. 멀리서 보기에는 굴절이 되어 전혀 막을 수 없는 위치로 들어갔나 싶었는데 기가 막히게 홍정호가 잘 찼더라. 오늘 원정석을 가득 채운 전북 팬들은 환호했고 대구 선수들은 송민규의 핸드볼 여부에 대해 항의를 했다. VAR과의 소통 끝에 골로 인정이 되었다. (핸드볼 같기도 하다만... 어쩔 수 없지 뭐)

 

 

대팍에서도 오오렐레는 못 참지

 이후 대구는 에드가를 투입하며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고 실점 이후에는 대구가 공격을 더 많이 가져갔다. 세징야의 너무 힘이 들어간 프리킥도 있었고 정태욱의 아쉬운 헤더, 김진혁의 헤더는 송범근의 선방에 막히며 동점은 나오지 못한다. 공격 상황에서 계속되는 안용우의 에드가를 향한 아쉬운 크로스가 막히는 장면도 많았다. 애초에 중앙에 있는 세징야를 이용해 공격이 전개되어 나가야 하는데 세징야를 류재문이 전 소속 팀 동료이자 전담마크를 해야하는 선수를 완벽하게 막아내니 공이 측면 쪽으로 밖에 빠져나가지 못한 것.

 

 

계속해서 프리킥은 막히고...

 결국 몇 차례 공격을 성공하지 못한 대구는 전북의 역습에 완벽히 당하며 추가 실점을 허용한다. 쿠니모토가 넘어지면서 송민규에게, 송민규가 아웃프런트 패스로 문선민에게 공을 넘겼고 발 빠른 문선민이 놀라운 칩 샷으로 최영은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원한 원더골이 아닌 또 다른 기묘한 원더골이 터져나온 것. 또 한 번 오오렐레가 터져나오는 순간. 역습이 강점인 팀에게 역습으로 일격을 가했고 이가 통했다.

 

점점 대구가 말리기 시작했다

 대구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지만 득점은 나오지 못하며 경기는 전북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대구가 못했다고 하기엔 전북이 너무 강했고 오늘 개인적으로는 전북의 경기력이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그만큼 선수들의 눈빛이 지난 경기 패배 이후 완전히 달라졌고 특히 오늘은 친정 팀을 상대하는 류재문의 활약이 돋보였다. 세징야를 필두로 한 대구의 포워드진을 잘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경기 막판 풀백처럼 놀라운 수비 가담한 구스타보와 많은 활동량으로 쿠니모토의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지배한 인상에 남는다. 오늘 또 울산이 수원에게 비기고 말았다. 전북은 이제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되었다. 과연 마지막 제주와의 경기도 오늘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뭔가 전북의 승리가 예상이 되긴 하는데 제주가 복병이고 시즌 상대 전적도 3무이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순 없을 것. 재밌을 것 같다.

 

 대구는 오늘 골만 안 터졌을 뿐이지 모든 선수가 잘해주었다. 이진용은 전남전에 이어 오늘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었고 다만 아쉬운 선수가 있다면 안용우, 그러나 이 선수를 원망하기엔 올 시즌 처음 뛰어보는 생소한 포지션에서 황순민이 없는 마당에 이 정도 해주는거면... 그리고 오늘 서경주의 데뷔전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다. 김재우가 역시 풀백으로는 스피드가 조금 아쉽기 때문에 오늘 조금 힘겨워하는 모습이 있어서 그런지 후반에 투입된 서경주가 스피드 면에서는 확실히 달라보이는 건 있었다. 너무 늦게 데뷔한 것이 좀 아쉬운… 어쩌다 킹 메이커가 되어버린 대구, 다음 주에 있는 울산 원정 경기에서 어떤 경기를 보여주며 누구를 우승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줄지. (사실상 전북이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은 된다)

 

그래, 우리에겐 찐 마지막 홈 경기가 있으니

 오늘의 패배는 그리 아쉽진 않다. 누구의 실수에 의해서 진 경기도 아니라 온전히 전북의 간절함이 더 앞섰기 때문에랄까. 이제 홈 마지막 경기이자 FA컵 결승 2차전이 남아있는 대구. 과연 팬들 앞에서 어떻게 피날레를 장식할지 기대가 된다. 제발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바라며...! (편하게 우승하길 바라지만 왜 전남이 무서운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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