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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직관노트 #55. 미친 경기의 주역, 쿠니모토와 이적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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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6일 19시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3 : 2 울산

 

 올 시즌 많은 더비를 보러 갔다. 낙동강, 영남, 달빛, 경인, 동해안, 경인 등. 하지만 가지 못한 더비 중 하나가 K리그에서 가장 큰, 찐 자강두천인 현대가더비를 가지 못했었다. 전주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현대가더비. 울산이었다면 바로 달려갔을텐데 전주라 고민을 좀 했다. 그렇지만 1위 선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결국 차 핸들을 전주로 돌렸다.

 

그 와중엔 얘네 어케 이겼누
아니 2분이라며... 20분 걸렸어... 경기도 늦을 뻔 했어...
왜 경기장을 앞에 두고 들어가지를 못하니 차야...

 지난번 전주를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애초에 주차하는데 생고생을 했으니. 관중의 스케일도 달랐고. (오늘 입장관객은 약 11000명 정도였다. 전주에서 그 정도면 진짜 많기는 한 거지)

 

전북은 SNS상에는 류재문이 홀딩 미드필더로 나와있는 4-1-4-1 포메이션으로 이미지를 게시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백승호도 많이 내려와서 수비를 해주었고 사실상 쿠니모토를 제외한 2명의 미드필더가 3선을 위주로 움직이는 듯 보였다. 그리고 교체 명단에는 드디어 돌아온 바로우가 이름을 올렸다. 부상으로 빠진 김민혁을 대신해 홍정호의 파트너로는 구자룡이 나오게 되었다.

 울산에도 교체 명단에 반가운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이동준. 그가 들어갈 후반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오늘 왼쪽 측면 수비는 설영우가 책임졌고 부상으로 빠진 불투이스를 대신해 임종은이 김기희의 파트너로 나오게 되었다. 최전방은 어쩔 수 없이 오세훈이 나왔고. (그렇다고 김지현을 쓰자니... 울산팬들이 기겁할 모습이 보이고.

 

자리 좋고
이렇게 자리가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이 야구장과는 사뭇 느낌도 달랐다

 

 경기 초반, 윤일록이 노마크 찬스에서 키퍼의 세이브에 슈팅이 막혔고 이를 재차 오세훈이 골문으로 넣으며 골이 나오나 싶었지만 이미 윤일록의 침투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게 되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북의 찐 선제골이 터져나온다. 쿠니모토가 올린 프리킥이 홍정호와 조현우의 충돌 상황에서 조현우의 캐칭미스가 나왔고 이를 놓치지 않은 송민규가 빈 골문에 밀어 넣으며 골이 터져나온다. 포항에서 보던 그의 셀레브레이션을 여기서 보는게 좀 어색하긴 했다. 주심은 홍정호와 조현우의 경합 상황에 대한 파울 여부에 있어서 VOR과 교신하는 듯 했지만 골로 인정되었다.

 

 

송민규의 득점 장면

일어나서 환호하는 팬들과 선수단

 오프사이드로 취소 된 골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장면 없이 답답한 공격을 보여주던 울산. 그러나 울산의 해답은 세트피스였다. 이동경의 크로스를 니어포스트에서 헤더로 돌린 임종은의 볼이 송범근이 반응할 수 없는 코스로 들어가며 동점에 성공하는 울산이었다. 앞 쪽에서 선수들이 충돌하며 백승호가 넘어지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온필드리뷰까지 주심은 보지만 결과는 골로 인정되었다.

 

 

골로 인정!

그냥 한 번 찍어봤습니다... ㅋㅋ

 전북도 득점 이후 한교원의 슈팅 이외에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다. 이렇게 전반은 1:1로 종료되고. 후반전 먼저 교체카드를 쓰는 전북이었다. 양 쪽 윙 포워드를 빼고 빠른 스피드로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문선민과 바로우를 투입했다. 확실히 스피드를 활용하여 스쿼드에 힘을 유지하려는 김상식 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울산도 이에 질세라 이동경을 빼고 스피드가 있는 이동준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우왁 멋지다

 2번째 골을 먼저 터트리는 팀은 전북이었다. 루즈볼을 집념으로 따낸 백승호가 슈팅을 한 공이 울산 수비진에 맞고 튕겨져 나온다. 이 공을 또 달려오던 류재문이 절묘하게 아웃프런트로 오른쪽 골문 구석을 흔든다. 기가 막힌 궤적의 골이 터져 나왔고 류재문의 골에 나도 모르게 기립해버렸다. 대구에서 정말 좋아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오늘의 전북 소속 첫 득점에 나도 모르게 기뻐했고 정말 중요한 상황에 터져나왔다. (오늘 그는 과장 좀 보태서 오늘 류재문은 웨스트햄의 수첵을 보는 것 같았다. 반박 시 K리그 팬 아님!)

 

난리다 난리. 그리고 전광판에 나오는 깨알 라이온킹

 이청용과 윤비트까지 투입한 울산도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지만 이미 꽁꽁 묶인 오세훈이 뭘 할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조금 부진한 김진수의 왼쪽 측면을 김태환과 이동준으로 공략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러나 또 한 번 세트피스에서 실마리를 푼다. 코너킥 상황에서 임종은이 머리로 돌린 볼을 처리한 송범근의 세컨 볼이 이청용 발 앞에 흘러갔고 이걸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이청용이었다. 각이 없었는데 잘 밀어넣었다. 또 한 번 송범근과 이동준의 충돌 상황에 관한 온필드 리뷰가 또 있었지만 역시 골로 인정된다. 김상식 감독이 불만을 표출하며 격한 제스처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골 인정에 분노를 표출하는 김상식 감독

 오늘 전북은 일류첸코 카드를 상당히 늦은 시간에 활용한다. 88분, 구스타보가 골은 못 넣었다 뿐이지 수비 가담까지 착실하게 해주며 많은 활동량을 보이다가 지칠 때 쯤 그를 투입한다. 사실 남은 시간 동안 그가 무언가를 보여주기엔 시간이 상당히 촉박해보였다. 그러나 일류첸코에게는 5분이면 충분했다. 이동준이 소유한 볼을 탈취한 김진수는 가운데 있는 일류첸코가 아닌 같은 라인에 있는 쿠니모토에게 볼을 건넸다. 이 볼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쿠니모토가 일류첸코와 눈이 마주쳤고 박스쪽으로 엄청난 궤적의 얼리크로스를 보낸다. 이 공은 김기희와 임종은 사이에 기가 막히게 갔고 이걸 다이빙 헤더로 마무리하는 일류첸코. 그야말로 미친 극장골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와... 와!

 

이건 감독님도 못 참지!

 일류첸코의 득점 후 김상식 감독도 선수들 쪽으로 달려가 셀레브레이션을 할 정도였으니. 경기는 전북 팬들의 잘가세요와 오오렐레가 흘러나오며 종료가 된다. (소름이 쫙…) 전북의 이적생들의 골로 만들어낸 펠레스코어이자 완벽한 1위 등극 장면이였다. (그리고 오늘 경기의 완벽한 조연, 신니모토, 그는 쿠인가?)

 

서포터즈석에는 불빛이 수놓아지기 시작했다
E석에도

 

오오렐레와 함께 종료되는 경기. 정말 미친 경기.

 울산은 갈 길이 바빠졌다. 이젠 승리를 모두 따내고 전북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그렇게 여유롭던 승점이 어쩌다 여기까지… ACL도 포항에게 패배하고 FA컵도 전남에게 패배하고... 트레블을 노리던 홍명보 감독의 야망은 무관으로 끝날 위기에 처해있다. 여름에 오세훈을 제외한 스트라이커를 보강하지 못한 스노우 볼이 이렇게 크게 될 줄은... 결국 마지막까지 집중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되었다. 오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A매치 브레이크 이후 남은 3경기, 무조건 승리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대들이 남아있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그 많은 팬들과 함께 오오렐레를 하는 선수들의 기분은 어떨까? 제3자의 입장으로 보는 나도 소름이 돋을 정도인데

오늘은 전북팬들 기쁨에 잠 못 이룰 것 같다

 전북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리고 오늘 승리의 골을 터트린 선수들은 모두 올해 전북으로 넘어온 이적생들. 송민규와 류재문 같은 경우에는 전북 입단 후 아쉬운 모습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오늘 경기로 훌훌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일류첸코. 최근 구스타보에 밀려 많은 경기를 벤치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골로 증명했다. 부진하더라도 일류첸코는 일류첸코인가보다. 그리고 쿠니모토, 최근 부상도 있었고 구단과의 불화설도 돌았지만 그 역시 실력으로 증명했다. 지난 수원전에서도 좋았던 모습을 그대로 오늘 현대가 더비에서도 보여준 것. 아, 그리고 백승호도 왜 유럽에서 뛰었는지 알 수 있을만큼 오늘 클라스를 보여주었다. 매번 결과로만 보여준다는 김상식 감독은 오늘만큼은 경기력까지 챙겼다. 언급하지 않은 선수들도 오늘은 모두가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는 경기였다.

 

 리그 5연패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늘 그렇듯이 방심해선 안된다. A매치 브레이크 이후 있는 남은 3경기에서도 쉽지 않은 팀들을 상대로 일단 승리를 무조건 따내야 한다. 과연 많이 유리해진 전북이 올해도 '어우전' 이라는 명제를 참으로 만들 수 있을지. 오늘의 승리는 정말 멋졌다. 오늘 경기를 보러 온 이동국 전 선수도 상당히 뿌듯할 것.

 

인터뷰 후 관중석을 돌며 인사하는 김상식 감독. 그는 진정으로 팬들의 마음을 아는 감독.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본 것 같아 너무 좋았다. 경기 전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하던 내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끔 만드는 경기였다. 과연 K1 최종 우승 팀은 누가 될 것인지.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경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무 재밌었다.👍👍👍👍👍 이 정도면 돈도 안 아깝고 대구에서 전주까지 온 2시간 반도 하나도 안 아깝다!

 

오늘 경기 만큼은 나믿상믿 쌉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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