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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직관노트 #56. ACL 결승 진출 팀을 박살내버린 K리그 최하위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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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7일 14시 포항스틸야드

포항 1 : 2 광주 

 

 어제 현대가 더비의 여운이 남은 채 오늘은 스틸야드로 향했다. 날씨가 너무 좋은 오늘, 파이널B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포항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광주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광주는 창단 후 포항에게 승리를 거둔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늘이 너무 예뻤다

 사실상 잔류는 확정지은 포항이 아챔을 위해 오늘 맞대결에서 힘을 많이 빼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김기동 감독은 신광훈이 벤치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풀전력으로 선수들을 출전시켰고 지난 경기부터 아챔에 대비한 포워드진 구성에 실험을 해보기 위해 강상우를 윙포워드에 배치시켜놨다. 박승욱도 동일하게 풀백이 아닌 3선에 위치해 있었다.

 

 광주는 지난 경기 벤치에 있던 헤이스가 본인의 자리에, 알렉스의 파트너로 이한도가, 이찬동의 파트너로 이순민이 들어왔고 키퍼도 윤보상이 아닌 윤평국이 다시 선발로 들어오게 되었다. 지난 경기에서 3점을 뒤집히는 대참사를 당하긴 했지만 득점력에 있어서는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포항이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아, 그리고 조나탄이 교체명단에 드디어! 들어왔다. 과연 출전이 가능할지...

 

와! 미쳤다!
진짜 예쁘다

 

 역시나 지난 경기에 이어 광주의 압박은 거셌다. 엄원상과 엄지성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포항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아직 불안한 이준 키퍼가 시발점이 되어 빌드업이 되어야 하는데 뭔가 자꾸 중간에 끊길 것만 같은 느낌을 보여주었다. 중원에서의 이찬동-이순민 조합도 꽤나 좋았다. 포항은 신진호의 위협적인 프리킥이 윤평국 키퍼의 세이브에 막힌 것 이외에는 위협적인 공격 장면도 없었다.

 

 

 결국 전반 중반, 사고가 나온다. 광주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 오른쪽부터 박스 안 쪽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엄원상을 놓친 그랜트가 그의 다리를 걸어버린다. 처음엔 아무런 판정이 없었으나 결국 온필드리뷰까지 갔고 주심은 프리킥 선언, 그리고 그랜트에게 다이렉트 레드카드까지 부여한다. 좀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면 레드카드로 팀에 찬물을 뿌리는 그랜트. 씁쓸히 그라운드를 나간다.

 

 

프리킥 선언 후 그랜트에게 레드카드까지 부여하는 주심
그렇게 좋은 위치에서 받은 프리킥을 아쉽게 놓치는 김종우

 수적 열세에 있는 포항이 어떻게든 실점없이 전반을 마쳤어야 했으나 결국은 광주에게 어마어마한 원더골을 허용하게 된다. 흘러나온 볼을 향한 이순민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왔고 재차 튀어나온 볼을 엄청나게 먼 거리에서 영점을 잡고 작정하여 슈팅을 시도한 알렉스는 그대로 골을 성공시킨다. 엄청난 골이었다. 자세히 보니 신진호의 등에 굴절되어 골대를 맞고 재차 이준의 등을 맞아 들어가긴 했지만 와... 강력한 레이저 한 방이 통했던 것. 앞서 그런 슈팅을 한 번 때렸던 알렉스는 2차 시도만에 중거리 슈팅을 성공하게 된 것.

 

 후반전 시작되자마자 수적열세에 있는 포항은 이수빈, 김륜성을 빼고 신광훈과 이광준을 투입시킨다. 그러나 전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너무 빠른 시간에 다시 한 번 헤이스에게 원더골을 허용하는 포항이었다. 이번에는 헤이스가 박스 왼쪽 바깥에서 그대로 감아찬 공이 깔끔하게 오른쪽 골문 구석을 갈라버렸다. 창단 첫 포항 상대로 승을 향한 엄청난 원더골 2방이 터져나온 것. 포메이션을 바꾸며 무언가를 시도해보려던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와, 이게 들어가버리네

 공격을 시도하는 포항은 절박한 광주의 수비를 뚫기엔 쉽지 않아보였다. 이찬동이 빠지고 한희훈이 들어가며 3선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단 1초도 할 수 없게 단단함을 유지시키는 광주의 허리였다. 포항은 고립되는 이승모를 빼고 크베시치를 투입하며 강상우가 잠깐 최전방에 위치하기도 했다. ACL 결승을 대비해 다양한 선수들을 포워드에 배치해보며 어떤 선수를 공격적으로 투입해야할지 실험을 해보는 듯 보였다. 이후 이 전술이 제대로 통하지 않자 이광준을 다시 빼며 이호재까지 투입해 강상우를 다시 왼쪽으로 내리고 최전방에 그를 두지만 포스트플레이를 하기엔 알렉스와 이한도의 호흡도 좋아 공중볼을 따내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오른쪽 걸개가 내포하는 뜻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달라보였다

 후반전 변칙적인 백3를 구사한 김기동 감독은 계속해서 공격진에 많은 인원을 올리지만 수적열세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만회골이 후반 막판에 터져나오긴 한다. 신광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순민이 헤더로 걷어내지만 멀리가지 않았고 이 공을 강상우가 강력한 하프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한다. 그물이 찢어질 것 같을 정도로 상당히 강력한 슈팅이 나왔다. 결국 포항에서 해주는 선수는 강상우였지만, 너무 늦은 시간대였다.

 

놀랍게도 중간에 한 1분동안 비가 흩뿌렸었다

 추격이 급박한 상황에서 포항에게 참사가 하나 더 발생하고 만다.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던 포항이 동점에 성공하지 못하고 추가시간이 다 지나간 상황, 광주의 수비진이 멀리 볼을 걷어낸다. 빠른 스피드로 따라가는 엄원상의 노마크 찬스를 막으려 박스 바깥으로 나온 이준 키퍼가 엄원상을 걸려 넘어트리고 만 것. 심판은 유망한 공격 기회를 끊었다는 판단 아래 또 한 번 다이렉트 레드를 부여한다. 엄원상은 본인의 능력으로 2명을 퇴장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퇴장을 당하는 이준 키퍼
그리고 이 타이밍에 조용히 교체되어 들어오는 조나탄

 이렇게 경기는 1:2, 광주가 포항을 상대로 11년만에 창단 첫 승을 거두게 되었다. 지난 경기 다 잡은 승리를 놓치며 사실상 잔류는 쉽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시 한 번 포항을 상대로 엄청난 저력을 보여주며 잔류에 대한 간절함을 표현했다. 두 엄씨 윙포워드의 활동량도 좋았고 결정적인 원더골을 터트린 두 선수 대단히 칭찬하고 싶다. 눈이 정화된 기분. 조나탄은 이준의 퇴장 상황에서 교체로 들어왔다만 30초 뛰고 경기는 종료되었다 (오늘은 1꽈당이 다 였다 ㅋㅋㅋ) 어쨌든 광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남은 경기 죽기살기로 뛰어야 할 것이고 이런 경기력만 보여준다면 남은 2경기 충분히 승리를 가져오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인터뷰 중인 이찬동

 포항, ACL결승 전 마지막 경기였다. 그 결과가 퇴장 2명에 홈에서 최하위에게 패배니. 물론 그 경기에서는 두 선수가 출전할 수는 있겠지만 남은 리그 경기엔 없는 살림이 더 거덜나게 생겼으니. 근데 마지막 경기에서 조성훈 키퍼가 선발로 나온다고 하면 서브키퍼는 누구일려나. 포철고에서 한 명 데리고 오려나... 어쨌든 오늘의 패배는 잊고 이제 아시아의 정상을 향해 조금만 더 힘을 내어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좋아하는 김기동 감독의 결말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기 때문에. 그 전에 포워드진 문제는 정말 너무 골치가 아플 것이다. 더군다나 이승모는 같이 가지를 못하니... 정말 이러다가 오늘처럼 강상우 혹은 크베시치가 최전방에 서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아직 이호재나 권기표가 선발로 뛰기엔 조금 아쉬운 상황이니. 과연 지혜로운 김기동 감독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Hoxy... 김현성의 깜짝 등장?!)

 

승리의 위닝샷

 어쨌든 이렇게 좋은 날 광주의 역사적인 기록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A매치 브레이크가 끝나면 이제 정말 K리그의 시즌 마무리가 보여서 너무 슬프네. 남은 시즌동안 남은 경기 열심히 보러 다녀야겠다. 이번주도 2경기 알차게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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