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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직관노트 #58. 이제 제주의 운명은 대구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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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7일 14시 제주월드컵경기장

제주 1 : 0 수원FC

 

 드디어! 전국투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 목요일, 제주도에 도착했다. 다행히 날씨도 전혀 쌀쌀하지 않았고 하늘도 예쁜 날의 향연이었다. 제주도로 들어오는 날, 수하물 찾는 곳에서 수원FC 선수들을 만나 괜히 반갑기도 했고… ㅋㅋㅋㅋ

 

여행 중 가장 예쁜 광경이었달까

 어쨌든 작년에는 제주도를 많이 방문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경기를 멀리서 밖에 바라볼 수 없었다. 올 시즌은 미루고 미루다 결국은 마지막 홈 경기에 서귀포를 찾게 되었다. 4위를 굳히기 위한 제주와 4위를 위해 발버둥치는 수원FC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의 경기장은 지붕이 마치 조개 껍질 마냥 예쁘게 덮여있는 디자인이 킬링 포인트 중 하나다. 그리고 역시나 전용구장이라 컴팩트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경기를 보기에도 좋았다.

 

 제주는 이창민을 제외한 이렇다 할 부상자가 없었고 라인업도 유사했다. 이창민이 없는 중원 조합은 김봉수와 김영욱이 자리를 잡았고 최근 백3의 가운데, 권한진을 대신해 나오고 있는 김경재, 그리고 U22 자원으로는 이동률이 섰다. 교체명단에 자와다도 정말 오랜만에 이름을 올렸다.

 

 수원FC도 박주호를 제외하고는 전북전과 크게 라인업이 다르진 않았다. 박주호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 뼈아팠지만 김건웅이 그 자리에 대신 섰고 지난 경기 교체로 들어와 불안한 모습을 보인 조유민을 대신해 지난 경기에서도 선발 출장을 했던 김동우가 그대로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 전, 김오규의 300경기 출장 기념식이 있었다

 경기 초반 양팀은 장군멍군의 팽팽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역시 제주는 후반기 최고의 크랙인 제르소가 수원FC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올 시즌 제주가 발견한 좋은 자원 김봉수도 정말 든든하게 이창민을 대신해주었다. 그리고 그 김봉수가 이영재의 공을 뺏은 것을 기점으로 제주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제르소가 주민규와 공을 주고받은 뒤 정말 멋있게 마무리한다. 셀레브레이션을 다 했지만 정동식 주심은 온필드 리뷰 후 김봉수가 이영재의 공을 빼앗는 과정에서 파울을 했다고 선언하며 골 마저 취소된다. 제주팬들의 원성을 자아내는 순간. 

 

셀레브레이션을 다 마쳤지만

골은 취소되었다고 한다

 판정이 제주 선수들에게 약간 불리하게 흘러간다. 완벽한 역습을 끊은 잭슨에게 경고를 부여한 상황을 제외하고도 조금 거친 경합이 있었지만 휘슬은 커녕 카드도 받지 않는 수원FC의 수비진이었다. (이럴거면 김봉수와 이영재의 충돌 상황에서도 파울을 불지 말았어야지) 수원FC는 웅크리고 제주가 계속 두드리는 상황이 이어졌으나 전반전은 득점 없이 마무리되었다. 

 

제르소의 국가 부르키나파소의 국기를 흔드는 팬이 있었다
하프타임, 주민규의 UCN골든볼 시상식이 있었다
아름답군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수원FC는 김건웅과 조상준을 빼고 양동현과 정재용을 투입하며 라스와 양동현의 트윈 타워를 가동시키는 3-5-2 포메이션으로 바꾼다. 계속해서 제주가 두드리고 수원FC는 웅크리다가 한 방을 노리는 전략을 썼고 몇 차례 역습 시도도 있었지만 제주의 백3는 정말 단단했다. 그리고 제주 선수들의 실수를 틈타 한 번 찾아온 기회에서 라스는 후반전 완벽한 찬스를 놓치며 벨트비크 모드를 보여준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오늘 이상하리 만큼 수원FC 선수들은 볼 클리어링 미스가 잦았다. 가장 강점을 보인 롱패스도 삐그덕 거리고 옐로우 트러블에 있던 잭슨도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결국은 막판 한승규와 교체되고 만다.

 

 이렇게 불안한 수원FC의 틈을 타 제주도 여러 차례 공격에 시도했지만 제르소의 아쉬운 판단미스, 주민규의 아쉽게 뜨는 슈팅, 박스 안 우당탕탕 상황도 있었지만 지독하게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온 이동수는 계속해서 몸이 한 발 늦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고 이정문은 들어가 열심히 포스트 플레이를 해주었다.

 

오늘 날씨 너무 좋았다

 이렇게 경기가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추가 시간이 선언되고 얼마 안 된 타이밍에서 극장골이 터져나온다. 이동수가 좌측면에 있는 정우재에게 공을 내주었고 정우재는 과감하게 박스 안쪽으로 들어갔다. 훼이크 동작으로 한 명을 제껴낸 뒤 완전히 프리한 상황에 있는 주민규에게 정확하게 크로스를 올린다. 주민규는 프리헤더로 득점에 성공하며 서귀포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든다. K리그 100골에 기어코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거지!

 마지막으로 제주는 홍준호와 권한진을 투입하며 잠구는데 성공하고 경기는 제주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환호의 제주월드컵경기장

 4위 확보, 주민규의 100골, 김오규의 300경기 출전 기념식, 완벽한 피날레였다. 이번 시즌 중반, 12경기 무승이라는 지독한 부진에 빠졌었지만 다시 일어나 4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한 남기일의 제주. 승격 팀의 편견을 완전히 깨뜨려버렸다. FA컵 결과에 따라 ACL 진출 여부도 달라진다. 과연 제주, 올 시즌 선수단이 원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대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전북과의 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김오규가 인터뷰에서 전북의 우승 들러리가 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며 원정이지만 반드시 이기겠다는 멋진 각오를 보여주었다. 과연 제주의 마무리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이 남자 증말 멋지다...

 수원FC, 사실 승격 첫 해 파이널A에 온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다. 지난 전북 전에서 파이널 첫 승을 거두긴 했지만 오늘은 잘 버티다가 극장골을 허용한 후 패배한 점은 조금 아쉽긴 하다. 오늘 상당히 수비적이었던 수원FC. 마지막 그 타이밍에 한 번 주민규를 놓치며 골을 허용하니 아쉬울만하다. 그 전에 라스가 결정적으로 놓친 슈팅도 아쉽긴 했고. 먼 원정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텐데 휴식을 잘 취하고 마지막 있는 수원 더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굳힐 수 있길 바란다. 

 

 37R가 되어서야 마침내 전국 투어를 도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좋은 날 극적인 경기를 보다니... 후회 없는 선택...! 올 시즌 다양한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 다양한 재미를 느껴 너무 좋았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고 아쉬움도 없다. 다음주면 K리그의 마지막 라운드지만, 우선 내일 또 다른 37R 경기를 보러가기 때문에…! 아직 마치는 글은 적지 않겠다. (그리고 FA컵 결승, 승강플레이오프도 남아있으니)

 

제주바당 유니폼 증말 예쁘다. 오버더피치 감성 인정?!
마무리는 따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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