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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직관노트 #61. 미안하지만 짱경준은 트로피로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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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1일 12시30분 DGB대구은행파크

대구 3 : 4 전남 (AGG 4 : 4)

 

 올해 찐찐막경기 FA컵 결승이 대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원정에서 1득점을 하고 온 후 여유가 생긴 대구, 그리고 이제는 진짜 물러설 곳이 없는 전남의 FA컵 2차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시 반 경기는 몇 차례 있었지만 12시 반 경기는 또 처음이다. (이 것도 방송사 때문인건가)

 

근데 너넨 왜 와?
대팍에 전남은 또 새로웠다

 대구는 박병현이 아닌 조진우가 선발 센터백으로 나온 것 이외에는 1차전에 큰 변화가 없었다. 전남은 올렉을 제외한 외국인 포워드 3인방이 모두 벤치에서 시작했다. (발로텔리는 부상이 살짝 있다고 했다) 포워드는 박희성-이종호-김현욱이 이루었고 상무에서 복귀한 정재희가 올 시즌 마지막 전남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루게 되었다. 상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그였기 때문에 오늘 대구로서는 요주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제주팬의 ACL을 향한 간절한 외침...

 

전반전, 비등비등한 기세를 펼치는 두 팀, 수비는 확실한 두 팀, 득점을 위해 수비를 뚫으려 고군분투 했다. 언더독인 대구가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구는 코너킥 상황에서 살짝 빗나간 조진우의 헤더가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엄청난 일이 터져버린다. 또 한 번 대구의 코너킥 상황에서 홍정운이 불필요하게 황기욱에게 팔꿈치를 사용하며 온필드리뷰 끝에 레드카드를 받게 된다. 대구 수비진의 중심인 이 선수가 너무 이른 시간에 경기장 밖을 나가게 된 것.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팔꿈치를 썼기 때문에 빼박 퇴장이었고... 너무 아쉬운 동작이었다. 

 

 어쩔 수 없이 김진혁이 수비로 내려가게 되며 수적열세에 놓인 대구, 전남은 더욱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에 정재희는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안용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왼쪽의 올렉은 공격시에는 안으로 들어오며 왼쪽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하며 박희성이 왼쪽에 깊숙이 있는 모습이 잘 보인다. 안용우와 김재우, 모두 전문 풀백이 아닌 선수들이 이를 단독으로 막기엔 조금 힘들어보였다. 

 

 결국 계속 두드리던 전남은 올 시즌 유용하게 전경준 감독이 이용하던 박찬용 시프트로 선제골을 넣는데 성공한다. 오른쪽부터 공격이 시작되었었는데 스멀스멀 올라온 박찬용이 오른쪽을 완벽히 허문 정재희의 크로스를 받고 골을 넣는데 성공한 것. 경남과 전남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박찬용 시프트는 이후 경기에서도 장순혁을 이용하며 전경준 감독이 계속해서 시도를 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오늘, 이 중요한 상황에서 그 시프트가 통하게 된 것이다. 대구 선수들, 그리고 팬들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동점이 만들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징야의 박스 바깥에서 볼 터치가 조금 길지 않았나 싶었지만 말도 안되는 발목 힘으로 하프발리 슈팅을 가져가며 골문을 가른다. 팬과 함께하는 멋진 역주행 셀레브레이션으로 대팍을 뜨겁게 달군다. 개인적으로 (정말 개인적으로) 세징야의 플레이에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는데 최근엔... 와 이건... 증말... 

 

역주행 할 만 했고 상탈도 할 만 했다. 와...

 이 기쁨도 잠시 전반 종료 직전 전남의 달아나는 골이 또 터지게 된다. 장성재의 코너킥이 최영은 키퍼의 예상과 다르게 니어포스트로 짧게 왔고 이 공을 잡는데 실패한 최영은의 리바운드 볼을 고태원이 집중력 있게 따라가며 득점하는데 성공한다. 다시 한번 경기장에 적막이 흘렀다. 또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최영은이었다. 아무리 예상을 못 했다고 해도 그렇게 굴러오는 공은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전반전이 종료되었고 대팍은 싸늘해졌다.

 

 대구는 어린 이진용과 조진우를 빼고 츠바사와 이용래를 넣으며 이런 상황에서 베테랑을 믿어보는 이병근 감독의 용병술이 나온다. (아마 젊은 선수들이라 경기장에서 너무 열심히 하다보면 과욕에 퇴장이 또 하나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어보였고) 그리고 이가 통하기라도 하는 듯 얼마 되지 않아 동점 골이 또 터진다. 프리킥 상황에서 정태욱이 붙여준 공을 에드가가 뚝배기로 골문을 갈라버린다. 기세가 다시 완벽하게 기울어진 것.

 

이 경기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또 실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득점에 성공하는 전남이었다. 김재우의 헤더 클리어링이 멀리 가지 못했고 이를 받은 올렉이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강력하게 골망을 가른다. 다시 한번 전남 원정팬 들은 환호에 가득 찼다. 그래도 어색한 자리에서 열심히 해주던 김재우가... 아... 그리고 올렉의 오른발도 예상 못했고. 

 

 포기하지 않는 대구는 또 동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김재우의 롱 스로인을 걷어내려는 고태원의 헤더가 박준혁 키퍼 쪽으로 갔고 이를 잡지 못한 박준혁의 루즈 볼을 집중력 있게 따라간 츠바사가 기어코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 과정은 이상했지만 어쨌든 동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대구였고, 이제는 정말로 골이 안 나올 줄 알았다.

 

 

와 이게 뭔 점수냐 진짜

 전남은 설상가상으로 정호진이 교체로 들어오자마자 빠른 시간에 경고 2장을 받으며 누적 퇴장을 당하게 된다. 수적열세에 있던 대구로서는 희소식이었고 대팍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되었다. 완전히 기세가 넘어온 줄 알았지만 대구 팬들의 기쁨도 잠시 오늘 우측면을 지배했던 정재희가 중요한 시간에 귀중한 득점을 만들어낸다. 정말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미친 골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대구는 어쨌든 동점을 만든 상황이고 본인들이 유리한 상황에서 조금은 안정적으로 갔어도 됐는데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된다는 마음이 컸는지 너무 라인을 끌어올린 것이 오히려 4실점을 당하는데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이근호가 들어간 대구, 고군분투 해보지만 전남의 질식 수비는...

 대구는 이후 모두 본인 진영으로 내려가 있는 전남 선수들을 붕괴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김진혁의 슈팅이 살짝 빗나가는 장면과 에드가의 헤더가 박준혁의 선방에 막히는 아쉬운 순간도 2차례 있었다. 그리고 추가 시간이 40초 정도 남았을 때 쯤 에드가가 박스 안에서 넘어지며 곧바로 PK를 선언한 김종혁 주심(아, 참고로 오늘 그의 판정은 일관성이 없었다. 파울을 부는 장면에 있어서 어떨 때는 불고, 어떨 때는 안 불고, 일관성이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한결같이 휘슬을 불지를 말던가) 대구 팬들은 모두 기대했지만 온필드 리뷰 끝 에드가의 시뮬레이션으로 판독되며 PK도 취소되고 만다.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 에드가가 액션을 조금 과하게 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경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되고 만다. 리그 최초 K리그2팀이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와...

 

와 이게 무슨 경기야 진짜

 대구 선수들은 모두 쓰러졌고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홍정운의 퇴장으로 인한 스노우볼이 이런 결말로 끝나게 된 것. 앞서 말했듯이 김종혁 주심의 일관성 없는 판정도 있었지만 어쨌든 수적 열세 속에서도 라인을 계속 올리며 무리한 공격을 하려고 했던 게 되려 카운터로 여러 차례 이어진 것 같다. 어쨌든 대구는 여러모로 아쉽게 됐고. 결국 대구의 패배로 인해 대구는 ACL 플레이오프행, 제주는 ACL 진출의 기회를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진짜 짱경준...

 전남은 대팍을 결국 지배하는데 성공했다. 정말 멋진 모습 보여줬고 특히 정재희, 왜 이 선수가 상무에서 좋은 활약을 했고 비록 마지막 경기지만 왜 전경준 감독이 김태현을 빼고 이 선수를 넣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정말 진심으로 축하하고 k2에 위치해있지만 ACL에 가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포항도 그렇고 포스코 이 정도로 두 구단이 열심히 해줬는데 지원 좀 해줘라...)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세징야
준우승 팀 대구의 시상식

 

우승 순간을 또 보는군요... 대구가 아닌 전남의...

그래도 저는 인정합니다
부럽구만...
슬프지만... 팬 서비스는 절대 놓치지 않는 이 므찐 남자...
아 ㅋㅋ...

 처음엔 속상했지만... 난 괜찮다. 정말로. 그러니까 나는 찐찐찐막 경기 보러 강릉으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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