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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직관노트 #62. 단 4분, 그리고 볼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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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2일 14시 강릉종합운동장

강원 4 : 1 대전 (AGG 4 : 2)

 

 어제 대구에 있던 놈이 오늘 K리그의 찐찐찐막 경기를 보기 위해 강릉까지 달려왔다. 물러설 곳 없는 강원과 승격에 인생을 건 대전의 판도가 결정 날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차전에서 승리하는 K2팀이 100% 승격을 한다는 법칙을 오늘도 유지할 수 있을지 또한 주목 포인트였다.

 

강릉에 와서 보헤미안은 못 참지
강릉에 나타난 르마

 강원은 정승용 자리에 츠베타노프, 신창무 대신에 서민우가 선발로 출전하게 되었다. 대전의 경우에는 파투가 명단에서 제외, 그 자리에 김승섭이 들어간 것 이외에는 라인업의 변화가 없었다.

 

 

 경기 초반, 몰아붙이던 대전에게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이종현의 아주 먼 거리에서 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어버린 것. 강력한 레이저 한 방이었다. 대전은 상당히 유리해졌고 강원은 3골이 필요해졌다. 와 그 슈팅은 다시 봐도 정말 멋지더라. 

 

이 때 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의 결말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템포가 빨랐다. 대전도 서영재와 김승섭의 좌측라인, 강원도 츠베타노프와 김대원의 좌측라인을 공략했다. 강원의 중원에 있는 3인방이 대전의 중원 3인방을 철저하게 대인 방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대인 방어에 꽁꽁 묶인 이현식과 마사였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오가던 박진섭은 다른 때와 다르게 오늘 유난히 탈압박을 하는데 고전했다. 

 

 기어코 강원은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오늘 좋은 공격 찬스를 보여주고 있었던 좌측면에서 박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김대원의 컷백을 막으려던 이지솔의 클리어링이 김동준의 다리 사이를 통과하며 골망을 갈라버린다. 드디어 이 플레이오프에서 강원의 첫 골이 나왔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골은 2골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대원의 크로스를 받은 임채민의 꿀헤더가 또 한 번 골망을 가른다. 임채민은 대전 원정팬들을 향해 포효의 외침을 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그 상황에서 대전의 선수들이 이에 저항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분위기 반전을 한 번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제 합산 스코어는 동점. 그리고 남은 골은 1골이었다. 어제에 이어 말도 안되는 경기를 또 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흐름을 제대로 탄 강원은 서민우가 버티면서 소유한 볼이 한국영에게 갔고 그는 수비 3명을 물리치며 골을 넣는데 성공한다. 합산 스코어를 뒤집기엔 4분이면 충분했다. 강릉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고 내 몸에도 소름이 돋았다. 올 시즌 내내 흐름을 타면 좋지만 흐름을 당하면 한 없이 당해버리는 대전, 그 수비 상황에서도 조금만 적극적으로 경합을 했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소극적이었던 대전의 수비진들이었다. 

 

와, 이게 또 무슨 경기야

 대전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지만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최용수 감독은 호락호락하게 틈을 내주지 않는다. 수비의 중심 임채민, 미드필드에 한국영을 중심으로 한 선수단의 집중력은 엄청났다. 다시 봐도 신기하네, 최용수 감독이 그 단시간에 3골을 넣는 전술을 보여주는게.

 

3번째 골 실점 후 모였던 대전 선수단들
하프타임에 조축 최강 해설위원, 현 시점 탑 티어 캐스터와 한 컷^^

 후반전 대전은 빠른 시간에 바이오, 박인혁 트윈타워를 가동하며 변화를 가져오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쉬운 장면도 몇 번 있었지만 강원 수비의 육탄 방어와 옆 그물을 때리는 슈팅도 있었다.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강원 볼보이들의 고의적인 시간 지연으로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장면도 있었다. 김동준이 볼보이에게 볼을 요청하자 볼을 아예 다른 곳으로 던지는 볼보이가 있지를 않나, 공을 아예 줍지 않고 선수들이 공을 가지러 가게 만드는 볼보이가 있지 않나, 아예 주머니에 손을 넣고 혼돈 쌤에게 분노를 사게 하는 볼보이가 있지를 않나. 혼돈 코치가 이렇게 격노하는 모습은 처음 봤고, 이 일은 오늘 경기 중 가장 큰 이슈였다. 볼보이에게 입에 담지도 못 할 욕설을 하는 대전의 원정팬들도 있었다.

 

 

교체도 아주 천천히 하는 강원 선수들

 강원은 투혼을 불사르며 뛴 한국영이 빠지고 황문기가 투입된다. 이전에 투입된 신창무와 함께 중원을 똑같이 담당했다. 대전의 아쉬운 점은 시간이 지날 수록 공격 패턴이 너무 단순해졌다. 물론 김승섭이나 공민현을 이용해 측면을 파고드는 공격 장면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바이오를 이용한 롱볼의 연속이었다. 박인혁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게 계속되는 대전의 공격 상황에서 코너킥 이후 나온 바이오의 강력한 슈팅이 이광연의 엄청난 세이브로 막혀버린다. 이 때 느꼈다. 대전이 힘들겠다는 걸.

 

 그리고 후반 추가 시간, 츠베타노프의 패스를 받은 황문기가 니어포스트 구석에 정확히 꽂히는 골을 성공시키며 쐐기 골을 작렬했다. 최용수 감독의 완벽한 용병술이었고 그 순간 이영표 대표이사도 어퍼컷을 날렸다. 쐐기골 그 자체였다.

 

난리다 난리

 

신난 강원 팬들, 그리고 신난 이광연

 또 한 번 바이오의 슈팅을 막는 이광연의 세이브가 나왔고 얼마 뒤 종료 휘슬이 울리며 합산 스코어 4:2로 강원이 잔류를 하는데 성공한다. 0% 확률을 깬 강원, 그 중심에는 최용수 감독이 있었다. 

 

아 ㅋㅋ......

 

경기 종료 순간.

 후반전 절반 가량 볼보이들 때문에 템포가 상당히 지연됐던 부분만 빼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 개꿀잼 경기였다.(어제 FA컵을 본 제3자의 느낌이랄까) 최용수 감독의 실점 후 정공법이 통했고 딱 그 찰나에 집중력을 잡은 강원과 그에 휘말려버린 대전이었다. 앞서 언급 했듯이 대전은 올 시즌 몇 차례 리그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그 한 번이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 터질 줄은 누가 알았겠나.

 

 

아쉽지만 대전의 승격 성공기는 다음 시즌으로...

 강원, 정말 이게 될까 싶었는데 그게 되네. 강원은 골을 넣긴 했지만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대전의 이종현을 츠베타노프와 김대원으로 흔든게 주요했고 한국영은 증말…👍 왜 이영표 대표이사가 최용수 감독을 원했는지 단 몇 경기로 알 수 있었고 정말 최선을 다해 뛴 대전 선수들이었지만 마사의 바람과는 다르게 결말을 맞이한 대전이었다. 강원은 내년 이영표의 행보가 어떨지 정말 주목이 된다.

그리고 잔류에 성공한 강원

 대전은…(400억은 아쉽지만) 그래도 이민성 감독을 만나 충분히 다음 시즌에는 다이렉트 승격을 할만한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너무 속상하겠지만 다음 시즌, 다시 차근차근 하나씩 하여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대전도 정말 고생 많았다.

 

인터뷰를 하는 한국영

 이렇게 약 9개월 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올 시즌 이렇게 많은 경기, 소중한 경기들을 봐서 좋았고 올해는 축구 덕분에 즐거운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내년엔 조금 일찍 개막하는 K리그, 과연 다음 시즌에는 어떤 희노애락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마무리는 이광연 뽕에 취한 곰돌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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