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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직관노트 #11. 5개의 스노우볼이 한 곳에 모여 삼성을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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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1일 18시 30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NC 5 : 4 삼성

어제의 우려와 달리 다행히 오후에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틀 연속으로 찾게 된 라팍. 삼성과 NC의 주말시리즈 1차전, 이제는 반등을 해야할 최채흥과 송명기의 맞대결이었다. 양팀 모두 라인업에 변화가 있었다. 삼성은 김헌곤, 김상수, 강민호가 NC는 알테어 감기몸살 증세로 인해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었다. (아니 잠실 구장에 원정에서 샤워를 할 수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게 정말 어이가 없다. 서울시 참...)

 

다행히 파란 하늘이 보이며 날씨가 갰다
어떻게 보면 이 가격과 시야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라팍은 혜자가 아닐까

최채흥은 1회초 테이블세터들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자초하지만 후속 타자들을 잘 막아내며 이닝을 끝낸다. 두 투수는 1회말과 2회초는 삼자범퇴로 처리한다. 이렇게 팽팽한 투수전이 계속될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2회말 이원석이 송명기의 패스트볼을 공략하여 솔로홈런을 만들어낸다. 어제에 이어 홈런으로 선취점을 가져가는 삼성이었다.

그리고 이원석의 홈런은 본인의 1200번째 안타였다고 한다

그러나 곧바로 최채흥은 3회초 2사 이후 이명기에게 2루타 그리고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동점이 된다. 최채흥은 4회에도 2사 이후 노진혁에게 2루타를 맞으며 출루를 허용하지만 다행히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4회말, 어제에 이은 삼성의 홈런 퍼레이드는 끝나지 않는다. 선두타자로 나온 피렐라가 솔로홈런, 구자욱의 안타 이후 오재일의 2점홈런이 나오게 된다. 삼성은 홈런 3개로 4안타 4득점, 초고효율 야구를 선보인다. (그러나 이 홈런 이후로 9회까지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삼성…) 분명 홈런은 좋은 것이지만 어제에 이어 하위타순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송명기는 3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면서 흔들릴 법도 한데 더욱 절치부심하며 작년 가을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피렐라의 홈런 직후
오재일의 홈런 직후

5회초 선두타자 김태군이 추격의 솔로홈런이 터지며 점수는 2:4, 2점차가 된다. 또 한 번 2사 이후 나성범이 안타로 출루하지만 양의지를 막아내며 승리요건을 가져가는 최채흥이었다. 어제의 뷰캐넌에 이어 최채흥의 투구수도 비교적 많아 6회가 최대일 것 같아보였다. 반대로 송명기는 4실점을 했지만 상당히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가져가며 7회까지는 충분히 던질 수 있어보였다.

비온 뒤 구름과 하늘의 조화는 좋았다

최채흥은 6회에도 등판한다. 그러나 박석민과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좌투수 이승현과 교체해준다. 이승현은 삼진을 하나 잡지만 안타와 볼넷으로 인해 1사만루의 위기에 내몰린다. 그러나 그도 만루 체질이었을까? 김태군을 3구삼진, 박민우를 땅볼로 처리하며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홀드를 기록하게 된다.

 

최채흥의 혼신의 100구

삼성은 좀처럼 홈런 말고는 안타를 치지 못한다. 4회말 오재일의 홈런 이후 안타를 아예 치지 못했기 때문. 어떻게 보면 송명기가 잘 던지고 있으니 그럴수도. 6회말 강한울의 타구가 2루수 박민우를 맞고 튀어나와 유격수 노진혁에게 공이 가게 되는데 어쩌면 1루에서 세이프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의 아쉬운 질주로 인해 내야안타가 되지 못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뭔가 승리의 기운이 슬슬 NC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 했다.

7회초 이승현에 이어 임현준이 좌타자 이명기와 나성범을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이제 임현준의 공을 공략하는 좌타자들이 생각보다 늘어난 탓에 최근 임현준의 평균자책점은 많이 높은 상태다. 이명기는 잘 처리 했지만 나성범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어제에 이어 최지광이 또 한 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오게 된다. 첫 타자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주지만 박석민을 삼진, 강진성을 플라이로 돌려보내며 또 한 번 어제에 이어 필승조에 올라 탈 만한 피칭을 선보인다.

그래도 임현준의 투구폼은 신기하다. 박종훈 다음으로 가장 신기한 투구폼

7회말 여전히 마운드에는 송명기가 있는 상황에서 김지찬이 볼넷으로 걸어나가 손쉽게 2루를 훔친다. 그러나 곧바로 송명기가 셋업도 들어가기 전에 3루를 향해 리드폭을 길게 가져가다가 런다운에 걸려 허무하게 주루사를 당하고 만다. 김민수의 타격감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고 점수를 내야 할 타이밍에서 이 주루사는 너무 뼈아프게 느껴졌다. 강한울의 그 주루플레이에 이은 2번째 스노우볼이 어디선가 삼성 선수들을 향해 굴러오고 있었다.

8회초 삼성은 믿을맨 우규민이 투입된다. 그는 공 3개로 2아웃을 잡아내며 손쉽게 막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대타로 나온 이원재의 타구가 3-유간으로 깊게 갔는데 이 공을 김지찬이 백핸드로 잡으려다 글러브에 맞고 튀어나와버린다. 내야안타로 기록됐지만 어쩌면 잡아 아웃을 만들 수도 있었던 상황. 오늘따라 주심은 좌타자의 기준으로 바깥쪽의 있는 공에 있어서는 상당히 엄격했다. 타석에 나온 박민우와의 맞대결에서도 이 로케이션의 공은 예외없었다. 그리고 박민우는 3루타를 치며 점수를 1점차로 좁힌다. 그리고 라팍에 강한 이명기가 초구에 동점 적시타를 만들며 삼성으로써는 너무 허무하게 동점이 만들어지게 된다. 김지찬의 아쉬운 수비가 3번째 스노우볼이 되어 결국은 삼성을 무너뜨리기 직전까지 와버린 것이다.

8회말에도 송명기는 마운드에 올라 삼성의 1,2,3번 타자를 완벽하게 돌려세우며 8이닝 4실점, 4실점이라는 기록을 무색하게 만드는 너무나도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마운드를 내려가게 된다. 특히 4회 홈런 이후 기록한 노히트는 고무적이었다.

9회초 삼성은 어제 불안했던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면서 수비에도 많은 변화를 준다. 유격수 김지찬이 빠지고 1루를 보던 김호재가 그 자리로, 1루는 중견수를 보던 박해민이, 중견수에는 김헌곤이 들어가게 되었다. 과연 오승환이 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4번째 스노우볼이 되었고 선두타자 양의지의 시원한 2루타가 나온다. 다음으로 나온 박석민도 이타적인 희생번트를 보여주며 주자는 1사 3루가 되었다. 강진성을 삼진으로 돌려야할 상황에서 볼넷을 내주고 1,3루 상황에서 노진혁이 결국은 역전 적시2루타를 치며 점수는 5:4로 끝끝내 9회에 뒤집히게 된다. 정말 꾸역꾸역 7회까지 잘 막아온 삼성이 8,9회를 넘지 못하며 역전을 당하게 된다. 오승환은 불안한 모습으로 1사 만루의 벼랑 끝 위기까지 내몰리지만 이원석의 호수비로 이닝을 더 이상 실점 없이 마무리 짓게 된다.

 


그리고 9회말, 송명기를 이어 나온 투수는 원종현이 아닌 임정호였다. 아마 좌타자 오재일만 처리하기 위해 원포인트로 나온 듯 보였다. 그러나 오재일은 임정호의 공을 잘 공략하며 안타를 만들어낸다. 삼성에 이제 남은 대주자 자원이 있나 생각이 들었는데 오재일 대신 나오는 대주자가 최영진이었다. 저 선수가 대주자를 한다고...? 그 점도 이상하긴 했다. 마운드엔 이제 마무리 원종현이 오르게 되었고 여기서 삼성의 5번째 스노우볼이 굴러오게 된다. 그건 바로 오늘 홈런을 친 이원석을 빼고 대타로 김동엽을 투입하는 허삼영 감독이었다. 진짜 큰 거 한 방을 노리려 하는 그 의도는 잘 알겠다만 아무리 그래도 전혀 영점을 잡지 못하는 타자를 대타로 세운다는 것... 아마 팬들이 홈런이 아니면 분명히 들고 일어날 장면이긴 했다.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동엽의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이재율의 멋진 다이빙 캐치에 막히고 만다. 오늘은 안타를 치나 했으나... 삼성팬으로썬 너무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이후 강한울은 허무하게 물러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나온 타자는 대타 강민호였다. 라팍은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힘껏 밀어쳐 우중간으로 깊숙히 가는 그의 타구는 이재율이 또 한 번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경기를 끝내게 된다. 우중간을 갈랐다면 무조건 동점이었을텐데 집중력있게 따라간 이재율의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이 각도에서 경기장을 보는 건 또 처음이다

NC는 오늘 송명기의 피홈런 이후 8회까지 이어진 집중력있는 피칭 덕분에 승리를 가져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선이 초반부터 계속 득점권에서 기회를 놓치며 분위기를 삼성에게 내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타석에서도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인 결과 8회에 동점, 9회에 역전을 성공하게 되었다. 이게 바로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길게 이닝을 끌어준 송명기 덕분에 내일 활용할 불펜 카드도 많아져 NC로써는 유리한 상황에 올라서게 되었다. 어쨌든 작년부터 계속 주목했던 송명기, 그리고 집중력 있는 수비로 경기를 끝낸 이재율이 오늘 유독 빛난 경기가 되었다. (아, 그리고 여전히 원종현의 민심은 좋지 않더라. 오늘도 이재율의 수비 덕분에 그의 피칭이 덮인 것이라고...)

귀중한 승리를 가져가고 행복해보이는 NC 선수단의 모습


삼성은 오늘 굴러오는 5개의 스노우볼을 막아내지 못했다. 김지찬의 주루사와 아쉬운 수비, 강한울의 산책 주루, 김동엽과 오승환을 투입함으로 인해 합쳐진 스노우볼이 삼성의 승리를 앗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은 불펜대로 활용한 삼성은 내일 원태인에게 이닝을 더 끌어주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생겨버렸다.

글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허삼영 감독과 관련한 내 생각을 조금 써보고 싶다. 이 감독을 보면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떠오른다. 허삼영 감독은 상대 선수들을 공략하기 위해 정말 많은 수를 내다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가끔은 파격적인 투수 혹은 대타 기용을 하며 상대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가 많다. 이 몇 수 앞을 내다본 상황 중 긍정적인 장면으로 기억 되는 몇 장면은 작년에 두산전 알칸타라를 상대로 패스트볼에 강한 김지찬을 대타로 내세워 동점 적시타를 쳤던 장면, 그리고 LG전 12회말 만루 상황에서 선구안이 좋은 김호재를 과감하게 대타로 기용하여 끝내기 밀어내기로 승리했단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가끔은 펩이 작년 챔스 8강 리옹전, 이번 챔스 결승에서 그랬던 것 처럼 너무 많은 생각으로 인해 결국은 스스로 무너져버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올해 챔스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결승에서 귄도안을 수비형 미드필더 처럼 활용하고 스털링을 투입시켰던 상황이 떠오른다. 작년을 기준으로 하면 김지찬의 외야수 기용이라던가, 올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중요한 상황에서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를 빼고 김동엽을 대타를 기용하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라고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김동엽은 이번 주에만 2번 대타로 기용돼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심지어 두 타석 다 정말 중요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 상황에서 해결하지 못한 본인이 가장 답답할 것이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기용한 감독의 탓도 크다. 감독도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이 선수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서, 그리고 김동엽도 기용하기 위해 정말 신중에 신중을 가해서 판단을 내렸을거고. 결론은, 이 감독이 계속해서 삼성을 상위권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타자들도 감독의 믿음에 보답을 해야되겠지만 그냥 너무 많은 생각들은 버리고 조금은 단순하게 접근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삼성 타자들의 타격과 작전 수행능력은 리그 탑급이기 때문에.

삼성의 올 시즌 장점이라면 이러한 뼈아픈 패배 이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승리를 하며 리커버리가 된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내일 경기를 다른 팀이 패배했을 때와 비교하면 걱정이 덜 되기는 한다. 그래도 야구는 모른다. 내일은 오늘보단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삼성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길 바라며...!

(P.S. 현재 삼성 직관 7경기 중 5경기에서 삼성이 4점을 냈다. 이 것도 징크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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