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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직관노트 #13. 까마득한 위닝시리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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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8일 19시 창원NC다이노스파크
키움 0 : 5 NC

어쩔 수 없이 라팍에 가서 삼성 위주의 경기만 본 요즘, 주변에 있는 구장에 찾아가 뭐가 됐든 키움의 경기를 보고 싶었다. (근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래서 찾게 된 2번째 창원. 7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키움, 그리고 어제 에이스 루친스키를 앞세워 승리를 거둔 NC간의 맞대결이었다. 양 팀 다 다른 이유로 분위기가 안 좋은 현 시점에서 안우진과 송명기, 영건 간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고민고민 끝에 경기시작 2시간 전, 대구에서 출발해서 6시반이 되기 전 도착한 이 곳. 역시나 구장이 좋고 신식이라 그런지 또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구장이었다. 그래서 빠른 시일내에 찾은 거일지도?

이렇게 덕아웃과 가까운 자리는 처음 앉아본다

오늘은 대놓고 원정석에 앉았다. 아주 소규모의 키움 팬들이 앉아있었다. 요즘 같이 팀 성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 창원까지 오는 팬들은 진짜 찐팬들이 아닐까?

워밍업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도 정말 가까이서 보였다

경기 전 키움의 라인업을 보는데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서 이정후를 제외하고는 기대가 되는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최근 박병호를 능가하는 홈런과 장타력으로 4번에 기용되고 있는 박동원 또한 기복이 심한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되진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기록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니. NC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경기 전 박민우가 성적부진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되었고, 그리고 알테어 또한 최근 타격폼이 좋지 않아 오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었다.

오늘은 그의 유니폼을 입고 왔다
단디가 나를 본다
인사를 해준다
다 같이 모여 화이팅을 하는 선수들

캐치볼 하는 김혜성의 모습. 나도 캐치볼 할 때 자세 참고 해서 던져봐야지

창단 10주년 기념 시리즈였다

 경기 초반은 키움이 공격 기회를 1,2,3회 모두 얻지만 잔루만 쌓고 득점은 없었다. 1회에는 2사 이후 나온 이정후의 2루타에서 박동원의 중견수 플라이, 2회에는 2사 이후 2개의 볼넷으로 맞은 기회에서 이지영의 내야 플라이, 그리고 3회에는 서건창이 선두타자로 출루하지만 김혜성이 번트도 실패하고 도루에도 실패하며 또 한 번 득점찬스를 날린다. 이후 좌익수 이명기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들어간 이정후의 2연속 2루타가 나오게 되지만 역시나 박동원은 땅볼로 아웃되고 만다. 이명기는 이 실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5회에 정진기와 교체되었다. 

 

 안우진은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다. 다만 플라이를 친 선수들의 타구가 다 정타로 맞아 그들이 2번째 타석에 들어섰을 때는 조금 조심해야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 엔트리에 복귀한 권희동의 잘맞은 타구가 그대로 좌측담장을 넘어가버리며 NC의 선제득점으로 이어진다. 첫 안타가 홈런으로 이어진 안우진으로써는 정말 아쉬웠을 것이다. 또한 이 홈런을 제외하면 6회까지 루상에 주자를 단 2명밖에 출루시키지 않으며 완벽한 피칭을 보였지만 득점지원이 없어 패전 위기를 맞게 되었다. 최근 그는 3실점 이상 한 경기가 없을 만큼 그래도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3패나 적립하여 2승6패로 최다패 경쟁을 하고 있는데 오늘 그 패수가 하나 더 적립되게 생겼다. 

 

철이 없었죠... 키움 경기를 보러 창원까지 왔다는게...
대충 이런 시야였다
쟤네들 몸 푼다고 저기 서 있는데... 관중인 내가 이해해줘야겠지...?
어우 깜짝이야, 누군지 몰랐네

키움은 어쨌든 1명씩 주자가 출루를 하지만 연속 출루가 이어지지 않으며 잔루만 늘어나고 득점은 나오지 않게 된다. 송명기는 지난 주 금요일 삼성전에서 8이닝 4실점의 혼신의 투구를 보여준 직후 경기라 자신감이 많이 생겼는지 오늘도 거침없는 피칭을 이어나갔다. 살짝 투구수가 많아져서 6회까지 등판하려나 싶었지만 투구수도 알맞게 끊으며 6이닝 무실점의 좋은 피칭을 NC팬들에게 선보이고 내려갔다. 

 

 7회에는 양팀 모두 2번째 투수를 선보였고 양현과 홍성민이 실점없이 잘 틀어막았고 8회초에 나온 임정호도 그에게 맡겨진 좌타자 2명을 완벽하게 처리해준다. 그 다음으로 한 타자를 처리하기 위해 올라온 임창민이 박동원에게 안타를 허용하지만 이용규에게 3볼 이후 스트라이크 3개를 꽂아넣으며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이렇게 경기는 8회말까지 1:0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고

 

반대편에서 찍은 불빛이 예뻤다

 8회말 홍원기 감독은 양현 다음으로 김동혁을 올린다. 올 시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지난 경기에서 실점을 허용했고 중간계투임에도 불구하고 등판하는 텀이 너무 길어 경기감각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심지어 오늘은 6월 4일 이후로 2주만에 등판하는 그였다. 아니나 다를까 대타 도태훈에게 초구에 안타, 그리고 정현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는다. 정진기의 희생번트로 주자는 1사 2,3루 수비로 먼저 들어왔던 알테어가 큼지막한 타구를 쏘아올렸고 이는 이정후의 멋진 점프캐치로 1점을 내는데 그치는 NC였다. 여기서 실점이 멈췄으면 경기는 몰랐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갑자기 나성범을 자동고의4구로 거르고 양의지를 택하는 키움의 벤치였다. 이 나거양부터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사이드암 상대로 강한 좌타자지만 최근 성적이 안좋다고 해도... 그 다음타자가 리그 최고의 타자인데... 그리고 양의지를 상대로 3볼을 던진 김동혁의 어쩔 수 없이 가운데로 던진 4번째 공을 고민없이 친 양의지는 적시타를 만들어낸다. 이후 김동혁이 내려가고 올라온 문성현이 노진혁에게 싹슬이 2루타를 허용하며 점수는 5:0까지 벌어지게 된다. 어쩌면 2:0에서 멈출 수 있었던 경기가 크게 벌어지며 승기도 한 쪽으로 기울어져 버리게 된다. 김동혁을 선택하고 나성범을 걸렀던 작전은 말 그대로 대실패였다.

 

그리고 팬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하는 마무리투수 원종현

 조금 여유로운 상황에서 올라온 원종현은 완벽투를 선보이며 경기를 끝낸다. 완벽한 NC의 승리였다. 

 

그래... 선수들이 제일 속상하겠지 지금은...
그리고 올라오지 않은 그, 조상우

 오늘 양 팀의 안타와 볼넷 수는 동일했지만 잔루는 키움이 더 많았다. 이게 바로 점수를 내야할 때 낼 줄 아는 팀과 모르는 팀의 차이인가 보다. 점수를 내야할 때 못 내니 8회말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거지... 인터넷을 보니 왜 타이트한 상황에서 김성민, 김태훈이 아닌 김동혁을 선택했냐는 말이 많았다. 오늘 김성민과 김성진은 지난 경기에서 많이 투구한 탓에 아예 불펜에 가지도 않았다. 그리고 김태훈도 연투가 잦기 때문에 김동혁이 왜 올라온 지는 알 것 같지만... 야구는 결과만 놓고 보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그리고 선발도 아닌데 14일 만에 중간계투를 등판 시키는 것 자체가... 중간중간에 좀 여유로운 상황에서라도 등판을 시켜줬어야지. 정말 이제는 18-19시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경기장 문 열렸는데 한 번 들어가봐? ㅋㅋ
같은 안타, 볼넷 그리고 다른 득점, 잔루

 반면에 NC는 퍼펙트를 당하다가 중요한 시점에 나온 권희동의 홈런이 컸고 이 팀도 최근에는 문제가 많은 팀이다. 앞서 언급한 박민우도 국가대표에 발탁 되었지만 그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활약을 보여주어 말소되었고 알테어도 마찬가지로 부진, 중간계투들도 세대교체가 아직 되지 않아 아쉬운 편이다. (임창민, 김진성은 37세, 원종현은 35세. 송명기, 신민혁과 같은 좋은 어린 자원이 선발에서는 터지는 반면 중간계투의 평균 연령은 많이 높은편. 심지어 문경찬도 부진한 탓에 2군행. 얼마전에 거기서도 4실점을 했더라.)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양의지는 양의지 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괜히 의지다이노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오늘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8회말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3루에 진종길 코치가 정진기를 불러 뭐라 말을 건넨 후 바로 번트에 성공한 장면. 야구의 꽃 중 하나인 작전을 또 완벽하게 수행한 모습을 보며 3회의 번트 실패가 문득 떠올랐다. 이게 바로 공격차인가. 

 

 결론은! 오늘 이 때까지 본 야구 경기 중, 처음으로 특정 팀이 득점을 아예 못하는 경기를 봤다는 점, 그리고 그 경기를 보기 위해 창원까지 차를 끌고 내려와 덤덤하게 경기를 본 나. 과연... 키움... 8연속 루징시리즈는 안돼... 내일은 제발 이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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