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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직관노트 #31. 경기가 끝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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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일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키움 7 : 4 두산

 

 작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포스트시즌에 올해는 와일드카드부터 출석하기 시작했다. 정말 기적적으로 5위에 올라 가을야구에 승선한 키움과 시즌 막판 뚝심 야구로 뒷심을 발휘하며 가을야구에 들어온 두산의 와일드카드 1차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키움은 일주일 간의 휴식을 하고 온 안우진, 미란다까지 와일드카드 엔트리에 들지 못하며 선발진이 초토화 된 두산은 일단 가장 최선인 곽빈을 선발로 내세웠다.

 

사람들이 점점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입장 줄부터 쉽지 않았다

 오늘은 방역 수칙 완화 이후 첫 관중 입장 경기. 간격 없이 앉는 좌석과 앉아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색했다. 뭔가 정말 이래도 되는지, 죄를 지은 기분이랄까.

 

 양 팀의 라인업은 시즌 막판 감독들이 낸 라인업과 거의 유사했다. 키움은 1루수에 크레익, 그리고 좌익수는 변상권이 들어갔다. 두산은 김재호를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선발 유격수는 가을야구가 처음인 박계범이었다.

 

 경기 초반, 4회까지는 완벽한 투수전이었다. 경기 초반 제구가 흔들리는 듯 보였으나 3이닝까지 볼넷 하나 만을 허용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준 곽빈이었다. (사실 키움 타자들이 조금만 공을 더 보고 그랬더라면 출루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았을까 의문도 생겼지만) 반대쪽 키움에선 그야말로 언터쳐블 모드를 보여주며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보여준 안우진이었다. 3회에는 KKK를 보여주며 두산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아 이러한 광경 자체가 진짜 적응 안된다

 팽팽하던 균형을 깨트리는 팀은 키움이었다. 1사 1,2루 상황에서 컨택에 일가견이 있는 이지영이 또 한 번 방망이에 공을 기가 막히게 갖다대며 이 공은 2-유간을 빠져나간다. 2루주자 송성문이 홈으로 쇄도하며 정말 귀중한 선취점을 따낸다. 경기가 예상 밖으로 전개되기 시작됐다. 곽빈은 실점 이후 이현승과 교체되었고 이현승은 아웃카운트 2개를 베테랑 답게 잘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클리닝 타임까지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흘러갔다

 안우진은 5회말 2사 이후 1,3루 상황을 맞이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박계범을 루킹삼진으로 잡아내며 잘 이겨낸다. 이후 6회도 깔끔하게 막아내며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인다. 최고 구속은 157. 투구 수도 다음 이닝까지 이어가기에 충분했다. (정말 이 선수는 뭘까? 욕을 먹어야 더 잘하는 스타일인가)

 

 

오늘 키움 팬들도 생각보다 많이 왔다

 7회초, 키움은 점수차를 한 점 더 벌린다. 크레익은 홍건희를 상대로 안타를 만들어내고 홍원기 감독은 곧바로 박정음을 대주자로 기용한다. 이후 홍건희의 공이 계속해서 바운드가 되며 이를 놓치지 않은 박정음은 2루를 훔쳤고 전병우의 희생번트로 3루까지 진루하게 되었다. 이지영의 땅볼 타점으로 한 점 더 달아나는 키움이었다. 3루 땅볼 상황에서 허경민이 포구할 때 약간 자세가 무너졌고 그래도 충분히 3루에서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전문 대주자 박정음의 빠른 발은 홈으로 송구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홍건희는 그 이후에도 제구가 전혀 잡히지 않으며 박세혁을 고생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이닝은 1실점으로 끝나며 상황이 종료되고.

 

 7회말에도 올라온 안우진에게 5회보다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 무사 1루 상황에서 양석환이 잡아당긴 타구가 상당히 크게 날아가 두산팬들은 모두 일어나며 기대를 했지만 박정음의 엄청난 점프캐치가 나온다. 이 때만 해도 안우진이 위기를 벗어나나 싶었다. 그러나 곧바로 허경민의 안타가 나오며 1사 1,3루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 때 홍원기 감독이 투수를 교체하지 않은 게 아쉬웠다. 그리고 박세혁 대신에 나온 대타 김인태가 동점 적시타를 만들어낸다. 정말 미친 클러치 능력이었다. (이 때부터 양 팀 모두 육성 응원의 볼륨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관중이 많으니 더 멋지다

 두산이 흐름을 탄 상황에서 8회초 올라온 이영하는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무사만루의 위기를 자초한다. 이 상황에서 두산도 투수 교체를 단행하지 않았다. 결국 박병호의 희생플라이로 다시 리드를 허용하는 두산이었다. (이 상황에서 김재호의 실책까지 나오며 불필요한 주루까지 허용) 이후 이영하 다음으로 올라온 최승용이 송성문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고 다시 만루 상황이 만들어진다. 다음으로 올라온 김강률이 김웅빈을 상대로 좌익수 쪽 얕은 플라이를 만들어낸다. 김혜성이 너무 과감하게 태그업을 했다. 키움 팬들은 모두 더블 아웃이라고 직감했을 것. 그런데 이 공을 장승현이 포구하지 못하며 홈 베이스를 밟는 김혜성이었다. 포구를 했더라면... 흐름이 또 바뀌었을 텐데. 이걸 못 잡아서...

 

 

뭔가 이렇게 떼창하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일단 육성응원을 자제하라는 안내멘트가 계속 나오긴 했다만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을 두산이 아니지. 김재웅이 정수빈의 번트 안타로 루상에 1명을 내보내지만 2아웃을 잘 잡아낸 다음 조상우와 마운드를 교체한다. 타자는 김재환. 한 방이 있기 때문에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던 조상우. 그러나 5구로 던진 회심의 151 패스트볼이 그대로 김재환의 방망이 가운데에 걸렸고 이는 동점 2점홈런으로 연결된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키움팬들이 떼창한 것 만큼 두산 팬들도 열렬히 아파트를 부르기 시작한다.

 

8회만 50분 넘게 진행됐다. 진짜 이게 무슨 경기야

 또 다시 흐름을 탄 듯 보였던 두산이었다. 그렇지만 9회초 2사까지 잘 잡은 김강률은 2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하고 위기 상황에서 이정후를 맞는다. 그리고 이정후, 에이스 답게 이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쳐낸다. 소름이 한 번 더 돋았다. 정말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이걸 쳐내다니. 김강률은 씁쓸하게 마운드로 내려갔고 다음으로 나온 권휘가 나온다. 곧바로 박병호는 바뀐 투수를 상대로 추가 적시타까지 쳐내며 점수는 한 순간에 3점차로 벌어진다. 이 점수는 컸다.

 

 

 

 9회말, 전 이닝에서도 불안했던 조상우가 또 한 번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한다. 그리고 들어서는 타자는 정가영, 정수빈. 그러나 정수빈은 허무하게 2루 인필드 플라이로 물러난다. 다음 타자는 페르난데스. 두산 팬들은 열렬히 만루홈런을 외치기 시작했다. 22시 이후 앰프를 틀 수 없기 때문에 두산 팬들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간절히 들렸다. 그러나 팬들의 바람과 달리 호세는 3루 땅볼로 물러나며 이 명승부의 끝은 키움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경기가 끝나니 이겼는데 너무 힘이 들어 한숨만 나오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걸 이기다니...

 

마지막에 정말 만루홈런이 나올 것만 같은 상황이 조성되어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야 땅볼!

 마지막까지 혹시나 호세가 역전 만루홈런을 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본 경기였다. 정말 올 시즌 경기 중에 가장 역대급 쫄깃했던 경기였다. 그리고 관중들이 많이 들어오니 확실히 야구장 느낌도 물씬 나더라. 야구 민심 많이 돌아선 줄 알았는데 오늘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보고 아직 완전히 바닥은 아니구나 생각도 들었고... 오늘 양 팀의 떼창에 소름이 한 5번은 올라왔다. 하지만 육성 응원 문제는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것. 물론 그 상황에서 환호를 못 참는 사람들이 더 많겠다만. 오늘 위드코로나 첫 날이었으니 대책이 또 수립되겠지. 내일은 양 팀 응원 단장들과 스태프의 통제가 조금 더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두산전 직관 첫 승이 이렇게 짜릿한 순간에 나올줄이야

 어쨌든 키움의 가을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내일이야 말로 정말 두 팀 중 한 팀은 끝이다. 키움은 정찬헌을, 두산은 내일도 대체 선발 김민규가 나선다. 과연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 난 키움이 이 정도까지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최초 업셋 기록이 나온다면... 그 것 또한 못 참긴 한다만... 결과는 내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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