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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직관노트 #33. 경험은 절대 무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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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9일 18시30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두산 6 : 4 삼성

 

 금손인 과격 두산팬 덕분에 라팍에서 열리는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보러올 수 있었다. 오늘은 플레이오프 1차전, 도장 깨기를 다니며 어느새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오게 된 두산과 타이브레이크에서 아쉽게 패배해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삼성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산의 선발은 최원준, 삼성은 뷰캐넌이 선발 마운드에 등판하게 되었다.

 

모두가 삼성의 진출을 예측할 때 이 분은 혼자 두산의 진출을 예상했다. 난 이분에게 한 표
경기 전 리안에서 든든하게 밥 먹고
와 라팍에서 가을야구라니
딱 이 구도였다

 두산의 타선은 지난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랑 별 다를게 없었다. 삼성은 김지찬을 2번, 피렐라를 6번에 세운 것이 의외였다. 중심타선은 구자욱-강민호-오재일 순이었다. (엔트리 자체에 이학주와 김동엽이 들지 못했는데 김동엽은 데리고 갈 만한 선수이지 않나...)

 

왜 종이티켓 안 뽑아줘 ㅜㅜ
아직 경기 시작 전이라 사람들이 가득 차있지는 않았다
오늘 시구자는 삼성의 레전드 박충식 전 선수

 먼저 선취점을 따내는 건 삼성이었다. 계속해서 투수 기준 오른쪽 로케이션을 잡아주지 않는 이민호 주심, 최원준이 초반 고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지찬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구자욱이 초구를 잡아당겨 1타점 적시 2루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2사 1,2루 상황에서 피렐라가 또 한 번 1타점 적시 2루타를 만들어내며 2번째 점수를 만들어낸다. 다음 타자 이원석이 추가 점수를 내주었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득점권에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이원석이 이상하리만큼 페넌티레이스 후반 막판에 득점권에서 힘을 쓰지 못했던 이원석이다.

 

 

오우 블루존에 저 사자 뭐야

 

그래도 1루를 꽤 가득 채운 두산 팬들. 곳곳에 삼성팬들이 앉아있긴 했지만...ㅋㅋㅋㅋ

 그러나 곧바로 득점에 성공하는 두산이었다. 1사 만루에 놓인 뷰캐넌, 다행히 박계범은 땅볼로 아웃시키나 강승호가 동점 적시타를 만들어낸다. 이후 정수빈이 3루에 강습타구를 만들어내고 이를 이원석이 잡아내는데 실패하며 상대 실책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두산이었다. 지난 시리즈부터 2사 이후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두산.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특히나 정수빈이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으니.

 

점점 사람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우오아아아아아

 따라 가야하는 삼성은 2회말, 2사 이후 박해민이 3루타로 출루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김지찬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만다. 또, 4회말 이원석이 선두 타자 출루에 성공하지만 김헌곤이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는다. 그만큼 최원준의 맞춰 잡는 피칭도 좋기도 했고.

 

혼연일체

오우 블루존이랑 그 위에 지정석 저렇게 가득찬 거 처음봐

 그리고 5회말 최원준이 1사 만루를 만들어 놓고 홍건희와 마운드를 교체한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은 삼성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허무한 병살타를 치고 만다. 그야말로 갑분싸였다. 정말 득점권에서 집중력이 너무도 좋지 못한 삼성이었다. 그나마 최근까지 가을야구 경험이 있는 오재일이 오늘 만큼은 무언가를 해주기를 바랐지만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친정사랑을 할 줄은... 그 누가 알았겠냐.

 

그 전에 구자욱과 최원준의 12구 승부는 명승부였다

 6회초, 위기 뒤 기회를 맞는 듯 보였던 두산도 병살타로 기회를 날려버린다. 그리고 6회말, 또 한 번 1사 만루 기회를 삼성이 맞는다. 그러나 또 한 번 박해민의 땅볼과 김지찬의 플라이로 득점을 하지 못한다. 내가 삼성 팬이었다면 이미 답답해서 응급실로 실려갈만한… 홍건희는 무려 1사 만루의 위기를 2이닝 연속으로 막아내며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오늘은 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최고 구속 153km/h 까지 나오며 엄청난 피칭을 선보인다.

 

속상한 김지찬과 박해민. 1점만 내면 동점인데 그걸 못 내서...

 7회까지 잘 막은 뷰캐넌에 뒤이어 몽고메리가 8회초 2번째 투수로 올라오게 되었다. 그 상황에서 왜 그를 올린 지 이해는 되었다. 시즌 막판 몽고메리와 최채흥이 중간으로 나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었고 좌타자가 많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그 둘 중 빠른 볼과 떨어지는 볼의 구사력이 좋은 몽고메리를 먼저 투입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수빈에게 안타 허용 후 와일드 피치로 무사 2루의 위기를 맞이하고 결국엔 두산에게 추가 점수를 내주게 되며 그 선택은 악수가 되어버렸다. 점수는 2점차. 오히려 박건우의 병살타로 1점밖에 내주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와, 웅장해진다

 

이게 정말 멋지다

사람 정말 많다

 8회말 삼성도 1사 2,3루 상황에서 강한울의 땅볼로 1점 추격하는데 성공한다. 그렇지만 2사 3루 상황에서 또 한 번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박해민이었다. 여기서 리드오프 차이가 나는 듯 보였다. 정말 쳐 줘야할 때 쳐주는 정수빈과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항상 아쉽게 물러나는 박해민. 두산의 꽁무니까지는 쫓아가지만 따라가지는 못하는 삼성이었다.

 

 

박해민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이현승의 마지막 공, 알고 보니 반대 투구였고 박해민은 아쉬워 할 만한 공이긴 했다

 9회초, 유규민이 2아웃을 잡고 삼성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오승환에게 맡긴다. 이 상황도 이해는 갔다. 올 시즌 세이브 1위 투수에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맡기며 오랜만에 삼성에서의 가을 야구를 느껴보라는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오승환은 박세혁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한다. 박세혁의 올 시즌 첫 홈런이었다. 그 이후에도 김재호, 강승호, 정수빈에게 연속 3안타를 허용하며 페넌티레이스 때와는 너무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만다.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2점이나 허용해버리고 오승환은 씁쓸히 마운드 내려가야만 했다. 최채흥이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너무도 깔끔하게 삼진으로 마무리해서 오승환의 그 홈런이 너무도 뼈아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6:3으로 벌어지는 쐐기 적시타를 친 선수도 정수빈. (박해민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던 오늘...)

 

 

이렇게 멋진 브금과 함께 등장하던 오승환이... 그렇게 물러날 줄이야...

 9회말, 1아웃에 올라온 김강률이 구자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이상해질 뻔하긴 하나 후속 타자를 잘 처리하며 경기는 두산의 짜릿한 승리로 끝나게 된다.

 

 

그래도 어떤 착한 삼성팬은 구자욱의 홈런이라도 봐서 됐다고...

 오늘은 정말로 경험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경기였다. 정우영 캐스터가 오늘 아침에 올린 게시글에 가을 야구는 쓸놈쓸이다 라는 멘트가 있었고 오늘도 두산은 적재적소에 등판한 또건희, 또현승, 또강률이었다. 결과는? 승리였다. 체력적인 부담도 있겠지만 김태형 감독만큼 단기전을 많이 치뤄 본 감독도 없기 때문에 분명 투수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 것. 그리고 2사 이후의 집중력, 두산은 남달랐다. 점수를 내는 데는 딱 2이닝이면 충분했다. 3회와 9회 정말 점수를 내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서 2사 이후 무려 5점이나 득점하는데 성공한 것. 이런 팀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자격이 충분히 있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진짜 명장이다. 그리고 오늘 홍건희의 투혼의 50구 충분히 MVP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

 

인정. 진짜 인정.

 삼성은 결국 선수들의 경험이 너무 아쉬웠다. 비록 2사지만 득점권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선수들이 아쉬웠고 그 중에서 최근까지 가을 야구의 경험이 가장 많던 오재일의 병살타는... 또한 너무도 아쉬웠던 몽고메리와 오승환의 교체와 투입 타이밍. 지금 현 상황에서 삼성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상황이 19년도 SK다. 마지막 경기에서 1위를 두산에게 내주고 좋지 않은 분위기로 플레이오프에 가서 키움에게 스윕패를 당했던 그 상황과 너무 유사하다. 그 상황만은 삼성 선수들, 프런트, 팬들이 모두 바라지 않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일 경기는 더 급해질 수 밖에 없다. 내일은 백정현을 필두로 타선도 클러치 능력을 폭발 시켜 한 번 더 두산을 라팍으로 데려올 수 있을지. 

 

과연 라팍의 마지막 경기일지? 다시 금요일에 한 번 더 경기를 열지?!

 추웠지만, 그래도 고급진 야구를 봐서 다행이다. 내가 정말 삼성팬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삼성팬이었다면 오늘은 너무 슬펐을 것 같다. 억울해서 잠을 못 잘 정도...? 비가 조금 와서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빗줄기가 가는 옷이 많이 젖지 않는 비여서 다행이었고 이 경기가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 야구일려나...? 한국시리즈 고척 티켓팅은 쉽지 않을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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